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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 이권우 / 그린비

  • 인상 깊었던 문구

P109. [서유기] 복거일의 정의대로 이 소설은 “7세기 당의 고승 현장이 천축에서 불경을 얻어 온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의인화된 동물들을 주인공들로 내세운 동물 환상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참된 가치는 환상과 상상, 그리고 풍자와 해학을 통해 타락한 현실세계를 비웃고, 인간의 욕망을 깊이 있게 살피고 있는 데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문학평론가 성민엽의 말대로, “서술과 묘사의 디테일 속에” 있다. 줄거리라는 뼈대를 감싸고 있는 풍성한 육질에 주목하라는 뜻이다. 
p123. 세상이 빛의 속도로 내달리고 있다... 거기에 편승하지 않고 느리게 살 권리가 내게 있다는 점이다. 나는 느리게 사는 첫걸음은 천천히 읽기에 있다고 여긴다... 천천히 읽어야 분석이 되고, 게으르게 읽어야 상상이 되고, 느긋하게 읽어야 비판할 거리가 보이는 법이다. 책을 천천히 읽는 것은 그 자체가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살아가는 리듬이 다르면 세계관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라고 말했을듯싶다. 
p126. 문학작품의 경우에는 주제가 마음에 들거나 관심사를 다루고 있는 경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어렵더라도 한번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만약 독파를 해낸다면, 독서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물론 책을 읽다가 집어던질 줄도 알아야 한다. 지은이가 속된 말로, ‘개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끝까지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
p137.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경제성장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민주화를 가져왔다. 지식은 늘 새롭게 생성되고 있고 권력은 시민들의 감시대상이 되었으며 경제적 부는 나누어져야 한다고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치의 다원화는 당연한 결과이다. 계몽의 유효기간이 끝나면서 단 하나의 답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오로지 유일한 답은 없으며 사회 구성원 간에 합의해 가며 찾아야 할 답이 있을 뿐이다. 
p150. 특히, 자네는 자네 방식으로 살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되네. 소설을 어떤 식으로 써 가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시인, 작가, 사상가들을 상대로 삼 년 가량씩 읽어 나간다면, 그때그때의 관심에 의한 독서와는 별도로 평생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네. 최소한 살아가는 게 따분하지는 않을 거야. 그때부터 내 인생의 원칙은 이 선생님의 말이었다. 나는 삼 년마다 대상을 정해서 독서하는 것을 생활의 기둥으로 삼았다. 
p188. 그래서 나는 소설을 두고 그 기법이나 문체나 구조를 얘기하는 독자를 좀체 상상하지 못한다. 그건 문학 관련 종사자들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좋은 독자라면 소설가가 어떻게 바람소리를 생생하게 묘사했는지보다는 그 바람소리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상상할 수 있었는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한다. 소설은 가끔 이럴 경우에 삶처럼 위대해진다.


  • 책 속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