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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법 수업 / 한동일 / 문학동네

P22. 연극에서 배우인 인간 개인을 가리키는 말을 페르소나라고 합니다. 심리학에서 페르소나는 외적 인격, 가면을 쓴 인격으로 인격을 뜻하는데요. 여기에 사회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목소리를 통해 소통하는 사람의 특성을 규정하지요. 한 편 페르소냐는 사람은 누구나 얼굴이 있다는 평등의 가치와 모든 얼굴은 서로 다르다는 개별성의 가치를 결합하고자 하는 인류의 원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p27.  그러나 어두운 빛깔의 안경을 쓰고 거칠게 말하자면, 현대인은 각자의 일터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든 비정규직으로 일하든, 연봉과 소득이 얼마이든 간에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 ‘임금 노예’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경제적 안정과 불안정으로 삶의 질을 나누는 세태가 결국 한 인간의 가치가 돈에 매여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른 없기 때문이죠.
p56. 신영복 선생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린 ‘여름 징역살이 계신 님께’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여름의 무더위는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하는 형벌 중의 형벌이며, 그 미워하는 마음이 고의적인 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냥 너무 더워서 생기는 것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한다고 하였지요.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p57. 어원인 ‘fri’는 ‘사랑하다’라는 뜻이다. 인간은 바로 사랑과 우정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묶여 있지 않음으로 해서가 아니라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p86. 변하지 않는 건, 오직 끊임없이 타인과 구별 짓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고 특권을 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이 시대를 불문하고 이어져왔다는 점이겠지요. 
p98. 이런 여유에서 천주교에서는 미사 때 수녀들이 머리에 두건을 쓰고, 여성 신자들은 미사보를 쓰는 전통이 생겨났습니다. 미사보란 미사 중에 머리 위에 쓰는 하얀 수건을 말하는데요... 여성의 머리를 무언가로 가릴지 말지에 대해서는 천주교의 미사보처럼 이슬람 세계에서도 히잡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요.
p151. 살다보면 타인에게 섭섭하거나 속상한 감정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감정의 한가운데 서 있을 때 저는 타인을 끊임없이 재단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정작 타인은 가만있는데 내 안의 생각과 감정이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꿈틀대는 거죠. 
p152. 과연 우리는 마음 속에서 얼마나 많은 타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을까요? 우리의 이력서 한 줄이 누군가에게 제대로 이해받길 바랐던 것처럼, 우리는 타인의 삶에서 어느 한 줄이라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본 적 있을까요? 행간에 숨겨진 다른 두줄, 또 다른 세 줄을 찾아 읽으려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인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