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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는 우주
우리 시대 최고의 청소년 문학가,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작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를 통해 청소년의 삶과 심리를 생생하게 전한 황영미의 ‘사춘기 부모 공감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사춘기 마음 번역가’로 불리는 그녀가 그간 소설에서 못다 한 이야기, 처음으로 전하는 사춘기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사춘기. 우리 모두가 지나왔음에도 한창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끝없는 카오스, 망망한 우주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작가는 특유의 익살과 재치 넘치는 문체로 그만의 사춘기 이야기를 풀어간다. 허벅지를 찌르고 ‘참을 인’ 자를 새기며 인내로 두 자녀의 사춘기 양육을 지나온 엄마의 마음을, 그러나 생을 돌아봤을 때 어릴 적 사춘기 시절이 ‘내 영혼의 리즈 시절이었다’고 고백하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더불어 사회의 어른으로서, 작가로서 청소년 아이들을 향한 친절하고 다정한 응원을 전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사춘기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 어른과 아이들의 시선을 맞닿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작가의 사춘기 시절 이야기는 마치 어제 일처럼 너무나도 선명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적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까다롭고 복잡 난해한 사춘기 마음을 가만가만 풀어가는 그의 시선에는 자연스레 스며드는 사유와 통찰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을 향한 존중과 믿음이다. 뜨겁고, 행복하고, 반짝 빛나는 또 우울하고, 복잡하고, 우주의 무게만큼 고민도 많은 시절 사춘기. 이 책은 사춘기란 우주에서 길을 잃은 부모들에게,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온 우리 모두에게 다시 만나보는 사춘기의 세계로 재입장할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황영미
출판
허밍버드
출판일
2022.09.22
  • 1장 어쩌면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닐지도 몰라

19. 사실은 아이들을 키워놓고 나니 나한테 못되게 굴었던 일은 기억이 안 난다. 나도 부족한 엄마였기에 아이 때문에 속 끓였던 기억도 거의 다 까먹었다.

30. 아이의 성적에 내가 할 일은 그냥 '무조건 받아들이는'거였다. 나는 그저 아이의 지지자이자 응원군, 5분 대기조일뿐이라는 생각에 날이 갈수록 확신이 생겼다. 

34. 중요한 건 자녀에 대한 존중의 태도일 것이다. 

39. 말대꾸를 못하게 하는 것보다 예의를 갖춰서 말대꾸하는 법을 가르치겠다. 왜냐하면 내가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아이라서, 여자라서, 어른들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표현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많은 마음과 생각들. 억압당하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다. 

64. 심리학자들이 그러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찾아내는 힘은 어릴 적 받은 사랑과 즐거웠던 기억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 기억이 켜켜이 쌓여 마음 근육을 만들어낼 것이다. 

70. 엄마의 관대한 태도 덕분에 나는 절제를 배웠고, 이후에는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었다. 


  • 2장 사춘기라는 끝없는 우주

82. 남한테 피해주는 거보다는 손해 좀 보는 게 낫다.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면 안 돼. 자식 키우는 사람은.

94. 대추차는 강추다. 시험불안을 다스리는 데 좋다는 소리를 들어서. 잠을 잘 자는 건 중요하다.

98. 사랑의 본질이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를 좋아하면서 나는 그 아이와 연결된 인간과 세계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103. 욕 좀 해본 사람으로서 변명을 하자면, 욕은 약자의 언어같다. 말 몇 마디로 여러 사람 죽이는 강자가 욕하는 거 본 적 있나? 강자의 입에는 세상의 온갖 품위 있는 단어들이 넘실댄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욕을 할 이유가 없다. 

108. 욕을 하고 싶을 때는 잠깐만 멈춤! 하기를. 욕을 꿀꺽 삼키고 문장을 써보라. 나의 억울함, 분노를 욕이라는 헐값으로 날리지 말라는 말이다. 그럼 나중에 나처럼 작가가 될 수도 있다. 분노를 제대로 표현할 줄 알게 되면 사실 욕이 별 쓸모가 없어진다.  

125. 조급한 어른들이 아이를 거짓말하게 만든다고 한다. 심리학자의 그 책에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 대처법이 나온다.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은 '아이가 왜 거짓말을 했을까'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배경에 미성숙한 어른이 있다는 걸. 


  • 3장 다만 필요한건 존중과 믿음, 적당한 거리

148. 사춘기의 정서적 특징 중 하나가 환멸이라고 한다. 자기 몸이 변화하면서 세상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또 부모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환멸을 감당 못하니 반항도 해보고, 돌출 행동도 하는 것 같다.

153. 꿈을 꾸는 이상 인간은 환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환멸의 폐허 위에 냉정하게 들어선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간다. 그러다 보면 인간과 세상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사라지는 날도 올 것이다. 

158. 인간관계에 대해 상담. '미안하다', '고맙다'만 적절하게 말해도 관계각 꼬일 일이 많지 않다고. 

162. 거듭 실패하다 보니 패배에 대한 맷집도 장난 아니다. 그러니 잘 나간다 싶을 때도 우쭐해한 적도 없다. 당연한 일 아닌가. 나는 성공과 실패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인생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고난, 패배, 좌절은 인생에 주어진 당연한 덤이다. 우리는 그로 인해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  생텍쥐베리의 기도문

180. 타인을 평가하려 들고, 뒷담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존감이 낮은 것이라고 한다. 혼자서 자존감을 세울 수 없어서 타인을 지적하고 평가함으로써 우월감을 느낀다고.

182. 무턱대고 뒷담화를 하는 건 아니다. ⓐ 나한테 직접 피해를 준 사람에 대해서만. ⓑ나한테 영향을 준 사람(배신자)ⓒ 권력자

190. 간섭 말고 관심. 사랑이 바탕이 된 관심이 없으면 섣불리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잘 모르면 찾아보고 아이한테 가장 적합한 조언이 무언지, 도와줘야 할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깊이 생각해 보고 관여하든지 말든지 했으면 좋겠다.

197. 나는 친구 간에 서열이 느껴진다면 좋은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를 무시하고, 할 말도 못하게 만드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라고. 이제 그만 잊으라고. 그런 친구는 네가 속상해할 가치도 없다고.

252. 책임질 수 없는 관심은 때로는 폭력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고양이를 키우려면 먼저 경제적인 것까지 포함해서 키울 여건이 되는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 4장 친애하는 청소년의 세계

226. 물리적 폭력만 폭력이 아니다. 귓속말도 폭력이다. 

229. 앨런 교수는 '강한 통제를 하는 부모는 아이들이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모 아래에서 자라 청소년기에 연애한 아이들은 통제하는 가족에게서 벗어나는 느낌까지 더해 매우 강렬한 관계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56. 잠수타는 유형: 수동적 공격형이거나 회피성 인격 장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연인이든 가족이든 누구든 예측 가능한 사람이 편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어디로 튈지 몰라서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과는 웬만하면 엮이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