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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 / 해냄

  • 인상 깊었던 문구

p12. 적정기술은 화성 이주를 꿈꿀 정도로 환상적인 과학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간단하고 일상적인 기술의 결핍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주목에서 비롯한 개념이다. 단 거기에는 ‘누군가의 고통에 눈길을 포개는 이들의 섬세한 뜨거움이 필요하다.
p14. 세월호 참사 때 “집에 앉아만 있을 수 없어서 무작정 왔다”그들의 행동과 눈빛은 트라우마를 받은 이후 세상과 사람을 통째로 불신하게 된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결정적인 위로다. 
p39. ‘나’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사람은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에게 끌린다.
p45. 소동에 관한 얘기 그 자체만으로는 소동에 관한 진짜 얘기를 할 수 없다. 싸우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방금 전 자신이 벌였던 소란과 소동을 성찰하기 위해서 노인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다른 이야기란 바로 ‘나’ 이야기, 자기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p48. 심리적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어지지 않고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산소 같은 것이 있다.‘당신이 옳다’는 확인이다.
p57. 한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스펙이 감정이다 감정은 존재의 핵심
p65. 역설적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영역에서 인간은 공평하기 허기지다. 사람들이 ‘나’자체에 관심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혼자라고 느낀다. 그래서 다 가진 자들은 돈과 권력에 더 예민할 수 있다. 그것마저 사라지면 자신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
p73. 엄마는 더 나은 전문가를 찾는 일에 열심히 매달렸고 의사에게 다시 배턴을 넘겼다. 그러는 동안 교사와 엄마의 시선에서 아이는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 교사나 엄마는 더 나은 전문가를 찾기보다 우선 아이를 만나야 한다. 아이의 존재 자체에 자신의 눈을 맞춰야 한다.아이의 눈에 엄마가 눈을 맞추고 직접 물어야 한다.
p80. 어떤 것을 묻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죽고 싶다는 마음을 비쳤는 데도 그 고통이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외면되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누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그 마음에 대해 자세히 묻는 것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라 여긴다. 아니다. 정반대다. 심각한 내 고통을 드러냈을 때 바로 그 마음과 바로 그 상황에 깊이 주목하고 물어봐 준다면 위로와 치유는 이미 시작된다.
p87. 은퇴 후 우울증이라는 병인가.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인가. 아니다.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순하게 수용해야 할 삶의 중요한 감정이다.
p100. 존재가 소멸된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빠르게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방법이 폭력이다. 누군가에게 폭력적 존재가 되는 순간 사람은 상대의 극단적인 두려움 속에서 자기 존재감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걸 느낀다
p.105. 내 상처의 내용보다 내 상처에 대한 내 태도와 느낌이 내 존재의 이야기다.
p120. 언제나 나를 놓쳐선 안 된다. 언제나 내가 먼저다. 그게 공감의 중요한 성공 비결이다.

p127. 잘 모르면 우선 찬찬히 물어야 한다.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시작되는 과정이 공감이다.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조심스럽게 물어야 공감이다.
p128.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혹은 ”내가 자세히 몰라서 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봐 물어보는 건데... “하고 단서를 달고 상대방의 상황, 마음에 대해 어떤 것이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고 존중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내 태도
p129. 구석구석 비춰주는 거울처럼,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나를 담고 있는 누드 사진처럼 ‘거부감 들지 않게 다정하게, 그러나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공감 유발자다. 자세히 알아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공감할 수 있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습관이다.
p166. 분노를 말할 수 있으면 분노로 폭발하지 않는다. 분노에 매몰된 그녀가 순간적으로 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분노가 전적으로 이해받고 수용됐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녀 자신의 감정이 판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187. 온전한 공감은 건강한 경계 인식으로부터-공감은 본래 상호적이고 동시적인 것이다. 공감은 치유의 온전한 결정체다. 이 온전함의 토대는 오로지 자기 보호에 대한 감각에서 시작되고 유지되며 자기 보호는 자기 경계에 대한 민감성에서 시작된다.
p204. 끊임없는 학대와 자기혐오로 채워진 관계에서 배움과 성숙은 불가능하다.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끊어야 한다. 관계를 끊으면 그때서야 상대방도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가 만들어진다.
p265. 내 판단과 생각도 있지만 아들의 마음과 판단도 별개로 있다. 아들의 생각과 마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내 안에 아들 몫의 틈이 생긴다. 그래야 아들의 마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그래야 비로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관계란 것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결론을 이미 갖고 있던 그녀가 고심 끝에 던진 질문들은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라기보다 자기 결론을 은연중에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긴 ‘질문 형식의 조언이나 계몽’이었다. 자기가 이미 내린 결론을 숨긴 채 그렇지 않은 것처럼 방어하면서 얘기를 이어가느라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다. 지칠 수밖에 없다.


  • ROLE-MODEL

p110. 심리적 CPR이란 결국 그의 가 위치한 바로 그곳을 정확히 찾아서 그 위에 장대비처럼 공감을 퍼붓는 일이다. 사람을 구하는 힘의 근원은 정확한 공감이다.